여성폭력 가해자 42%가 '친밀한 남성’ -연인 폭력은 일반 형사사건 처리 -친밀관계 특성 고려한 처벌 필요 김자심 기자 woman8114@naver.com

2022년 04월 28일(목) 05:02

[게티이미지뱅크]

[여성방송 = 김자심 기자] 여성상대 폭력 사건 절반 가까이가 친밀한 남성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여성대상 젠더 폭력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한국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3년간(2019~2021년) 여성 폭력(신체적·성적·정서적·경제적) 피해 상담에서 친밀한 관계에 해당되는 경우가 매년 42%대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우 여성의전화 초기 상담 1092건 중 465건(42.6%)의 가해자가 친밀한 관계에 해당됐다. 전·현 배우자가 271명(24.8%), 애인이나 데이트 상대가 194명(17.8%)에 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친밀한 관계에서의 젠더폭력 대응을 위한 정책 방향 모색' 연구에 따르면 친밀 관계 젠더 폭력은 최근 여성 폭력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김효정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거하지 않은 전·현 연인 등에 의한 폭력 범죄는 가정폭력처벌법이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으로 처리된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부터 시행된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폭력을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가정구성원에 사실혼 관계를 포함한 전·현 배우자만 포함시킨 것이다.

실제 지난 8일 서울동부지법은 2019년 2월 당시 연인이었던 피해자 A씨를 수차례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형법상 감금, 폭행 혐의만 적용됐다.

해외 주요국들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 주거지 공유 여부 등에 관계없이 친밀 관계 젠더 폭력에 엄중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개정된 '여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전·현 배우자는 물론 비혼 관계 간 폭력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가정'이라는 개념에 혈연이나 혼인으로 비교적 좁게 정의되는 가족뿐 아니라 친밀 관계 상대자 등도 포함시킨 영국에서는 후자에게도 '가정폭력방지법'이 적용될 수 있다.

김효정 부연구위원은 "한국도 1인가구·비혼 기간·이혼율 증가로 가족이라는 개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변화하는) 젠더 폭력 문제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우리 사회 친밀 관계 젠더 폭력의 대응 초점은 혈연·혼인 관계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며 "다른 형태의 친밀 관계 가해자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