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나노플라스틱 조각 녹아 나온다
백영진 기자 woman8114@naver.com
2022년 04월 21일(목) 12:45
[게티이미지뱅크]
[여성방송 = 백영진 기자]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 일회용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부었을 때 L당 조(兆)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녹아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당장 위험하다는 증거는 없지만,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연구팀은 20일(현지 시각) '환경 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일회용 컵과 식품용 나일론 백에서 L당 조 단위의 나노플라스틱 조각이 용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노플라스틱은 지름이 100nm(나노미터, 1nm=100만 분의 1㎜) 미만의 아주 작은 플라스틱이다. 지름 5㎜ 미만의 미세플라스틱보다도 훨씬 작다.

연구팀은 먼저 시중에서 유통되는 일회용 종이컵(355mL)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되는 것을 측정했다. 연구팀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 나노플라스틱이 측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내공기 오염을 차단하고, 오염물질이 없는 초순수(超純水, Uitra-pure water)를 실험에 사용했다.

초순수로 종이컵을 헹궈낸 다음 100℃의 초순수 300mL를 붓고 20분간 방치해 69도까지 식도록 했다. 다른 컵에는 실내온도와 같은 22℃의 초순수를 부었다. 연구팀은 레이저 입자 계수기로 나노플라스틱 숫자를 측정했고, 적외선(FT-IR) 분광계와 전자현미경으로 나노플라스틱 입자의 특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2℃의 물에서는 L당 2조8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또, 100℃ 물을 담았던 일회용 컵에서는 L당 5조1000억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물의 온도를 22℃에서 100℃로 올린 결과, 용출되는 나노플라스틱이 2배가 됐는데,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 용출에서 온도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회용 컵을 재사용하는 경우를 가정해 100℃ 물을 다시 부었을 때도 나노플라스틱은 용출됐다.

1번 재사용했을 때는 L당 1조6000억 개, 2번 재사용했을 때는 L당 2조2000억 개가 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나일론 백 역시 초순수로 헹궈낸 다음 90℃와 22℃의 초순수가 1L씩 들어있는 용기에 담아 1시간 동안 방치했다.

90℃에 노출한 나일론 백에서는 L당 35조 개, 22℃에 노출한 나일론 백에서는 L당 24조 개의 나노플라스틱이 용출됐다.
나일론 백에서 용출되는 나노플라스틱 입자 수가 일회용 컵의 7배나 됐다.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처(FDA)에서는 식품용 나일론의 경우 25℃에서 용출되는 양이 무게의 1% 미만이면 안전한 것으로 정하고 있는데, 이번 실험에서 25℃는 0.1%, 90℃에서는 0.28%가 용출돼 기준보다는 크게 낮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는 소비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이 사람의 건강에 위험할 수 있는 나노입자의 중요한 공급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된 나노플라스틱의 평균 크기가 30~80nm로 척추동물의 세포 내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번 새 일회용 컵에 300mL의 뜨거운 물을 담아서 13번만 마시면 사람 몸의 세포 숫자(15조 개)에 해당하는 나노플라스틱 입자를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백영진 기자 woman8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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