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회 '여성가족부 폐지' 토론회 개최...'여전히 결론은 없었다’ -"인력·예산 투여해 오히려 여가부 강화해야…성평등 실현 위한 전담 부처 반드시 존재해야" -'세대평등부'로 재편 의견도…"세대평등 아울러 성평등 정책 체감도 제고해야“ 김자심 기자 woman8114@naver.com

2022년 03월 30일(수) 02:34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17층 여성가족부의 모습.Ⓒ대한여성일보

[여성방송 = 김자심 기자] 한국여성변호사회(여성변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여가부의 재편 또는 강화 등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쳤다. 토론자들은 세대평등부로 재편, 인력과 예산 투여로 여가부 강화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여성변회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새 정부 여성아동정책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정책의 필요성 및 그에 대한 시각, 여성정책과 아동청소년 정책의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첫 토론자로 나선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 나온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글자 공약은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대선은 끝났고 이제는 정책의 시간이다. 이제는 여성가족부를 어떻게 재편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2030 청년세대의 생애 설계와 정책 욕구,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된 성평등 정책 환경 속에서 방향을 재정립하고 그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여가부를 '세대평등부'로 재편할 것을 제안한다"며 "세대·젠더별로 변화하고 분화되는 정책 욕구에 대응하고 세대평등을 아우름으로써 성평등 정책의 체감도를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교수는 "10년 전부터 온라인 공간에는 혐오 현상이 있었고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초·여초 커뮤니티 간의 대결 구도가 존재했는데, 이번 대선을 통해 휘발유를 부은 꼴이 됐다"며 "이런 방식이 거대 양당 구도를 답습하는 데 상당 부분 악용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평등부로의 재편에 대해 이견이 있다고 밝히고 "여가부가 갖는 문제의식이 2022년 대한민국에서 그렇게 첨예하게 고민해야 할 유일한 문제인가, 꼭 그것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감소와 자살률 등 한국 사회에는 남녀 갈등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많다"며 "남녀 갈등이 가장 주요한 문제인 것처럼 다루는 정치권의 문제의식은 빈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여성본부 고문직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윤 당선인의 사법공약에 나타난 여성 및 아동 피해자 보호 기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여가부 핵심 기능인 범죄 피해자 지원 시스템은 법무부에 피해자 보호국을 설치해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진경 대표와 배복주 부대표 등도 오히려 여가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성차별 극복과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부 내 전담 부처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여가부의 기능을 강화해 모든 부처의 정책을 총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과 예산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부대표도 "20년 넘게 부처가 해온 경험이 있고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부처 폐지를 기본으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며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앞으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 정책에 대한 선명한 가치와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허윤정 여성변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라운드테이블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는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교수,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박다해 한겨레21 기자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