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고국천왕의 삼고초려 여성방송 woman8114@naver.com

2022년 03월 17일(목) 15:46

▲윤은상(전.광주광역시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제20대 대통령 당선자인 윤석열은 명재 윤증의 조부인 윤황(성혼의 사위)의 12대손이다.

윤증은 서인의 노론과 소론으로 분리될 때 소론의 영수로서 스승인 송시열과 대립하였다.

윤증은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강화도에 아버지와 함께 피신하였으나 성이 함락하자 어머니는 자살하였고 윤증 역시 7세 때 어머니가 자결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 한 분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는가?”라고 그 아픔에 통한을 느끼면서 일평생을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명제 윤증은 학식과 행실이 높고 깨끗하다고 온 나라에 퍼지자 현종은 공조랑, 사헌부지평, 대사헌, 우참찬, 좌찬성, 판령부사 등에 제수하여 출사를 종용했으나 모든 벼슬을 사양하고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산촌에 머물며 학문과 덕을 갈고닦아 당시 모든 선비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조선조 500년 동안 가장 많이 사직상소(19번)를 썼다.

숙종으로부터도 우의정 직첩을 받고도 입궐하지 않을 만큼 대궐 출입을 일절 하지 않아 임금도 윤증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벼슬을 내렸다.

윤증이 생존하던 당시 사회에서 그가 차지했던 비중이 어떠했던가를 짐작하게 한다. 정승의 직첩을 받기까지 한 번도 관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 그를“백의정승”이라 불렀다.

요즘처럼 부귀와 영화, 명예만을 쫓아다니는 세태에 공직자의 자세와 공직에 나아갈 때와 떠날 때를 진정으로 알려주었고 청렴과 의리 그리고 효도에 대해도 바르게 일깨워주었다. 임금은 임금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녀는 자녀답게 사는 것과 선비는 죽어야 할 자리에서 죽어야만 진정한 선비임을 일깨워주었다.

고구려 9대 왕으로 등극한 고국천왕은 어진 정치를 펼치고자 했으나 그의 뜻과 달리, 왕족들의 권력은 날이 갈수록 거세어져 왕권을 위협하였으며, 그들이 백성들을 핍박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만 갔다.

고심하던 고국천왕은 새로운 인재를 찾게 되는데, 이때 천거된 사람이 ‘안류’라는 인물이다. 왕은 그에게 국정을 맡기려 하였으나 그는 끝내 사양하면서 을파소를 추천했다.

고국천왕은 이에 사람을 보내어 공손한 말과 두터운 예로써 을파소에게 국정을 맡아줄 것을 청하였으며 우태라는 높은 벼슬을 내렸다. 을파소는 왕의 부름을 허락할 생각이 있었으나, 주어진 벼슬로는 막강한 왕의 외척이나 귀족세력과 싸우는데 한계가 있었기에 정중하게 사양하였다.

이러한 을파소의 뜻을 헤아린 고국천왕은 그 자리에서 그를 국상(현 국무총리)으로 삼아 정사를 돌보게 했다.

왕의 절대적 지원 속에 을파소는 교육제도의 개편, 부정부패의 방지, 인재선발 활성화, 진대법을 비롯한 경제정책 개혁 등을 통해 정치를 바로 잡아 고구려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학연, 지연, 혈연, 계파도 따지지 않고 오직 능력에 따라 전문가를 등용한 때문이었다.

반면에 조선의 건국 초기나 반정에 의해 집권한 왕들은 공신세력을 대거 등용하였다.

지금은 조선건국을 설계했던 정도전의 리더십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으나 정도전과 함께 조선건국에 참여했던 개국공신(측근) 대부분이 건국 후 천수를 다하지 못하고 피살되었다.

그리고 명예롭지 못한 인물로 기록되었다.

이성계의 핵심보좌역 3인도 소인배로 평가되었고, 세조가 단종을 몰아낼 때 세조에 협조했던 사람들도 당대에는 세도를 누리지만 나중에는 대부분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로 낙인 찍혔다.

중종반정을 주도한 인물도 모두 나중에는 소인으로 평가받게 된다.

창업과정에서는 현실적인 권력을 추구했던 공신들이 필요했지만, 정권의 안정기에는 정몽주나 성삼문과 같은 덕과 능력과 의리가 있고 충성심이 강한 사람을 기용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선거 과정에서 기여했던 측근들은 논공행상을 위해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어느 정부이든 총리나 장관후보자는 바늘구멍처럼 촘촘한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만큼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그리고 낙마한 지명자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명예마저 송두리째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고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개발주의 시대에는 원칙이 무너지고 탈법과 불법이 만연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부동산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에 편승하여 위장전입, 세금 탈루, 부동산 투기, 학위논문 표절 및 병역기피를 했던 사람들이 보통의 중산층들이었다.

지금은 이들이 훌륭한 정치인으로 경제인으로 고위직공직자로 대학교수로 전문가그룹으로 성장하여 한국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거의 모든 분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누렸던 이들이 한 번쯤은 가고 싶었던 명예의 전당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인 총리나 장관 자리를 꿈꾼다.

그러나 능력 있는 인재들이 때로는 무차별의 신상털기, 여론재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청문회의 현미경 검증을 망설이고 있다.

국민들의 눈높이도 돈과 명예, 권력까지 다 누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총리나 장관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성장과정에서부터 자기관리와 함께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다.

당에 따라 이해관계에 따라 기준이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있어 고위직 임명을 위한 법제화된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유능한 인재를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망국적인 학연, 지연, 혈연, 정파, 선거공로자, 측근 등 주변에서만 찾다 보면 인물난과 함께 인사에 난맥상이 나타나 정책실패로 이어진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지나친 교육열 덕분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최고의 학부를 마친 전문성을 갖춘 준비된 인재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

을파소와 같은 명재상 배출 여부는 최상의 적임자를 연고가 아닌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능력 위주로 발굴할 때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