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윤원형과 서출에서 정경부인까지 오른 정난정"이 잠들어 있는 파주 교하 [특별취재기자] 윤은상 woman8114@naver.com

2021년 12월 21일(화) 10:46

▲파평윤씨 교하 정정공 종중 향사 전경<사진=특별취재 윤은상 기자 제공>

[여성방송 = [특별취재기자] 윤은상 ] 나는 자녀들이 살고 있는 파주에 언제든지 갈 수 있어 안빈낙도가 따로 없다.

파주는 많은 문화유산이 산재 되어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고장이다.

환경이 쾌적한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유혹을 차마 떨칠 수 없다.

교하. 운정 지역에는 파평윤씨 종중 땅 23만평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나는 가끔 이 공원을 따라 산책한다. 여기저기에 묘와 비석이 산재 되어 홀로 걷기엔 을씨년스럽기도 하다.

대부분이 파평윤씨 조상묘역이다. 솔 향기를 맡으며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힐링이 따로 없다.

파평윤씨는 파주시 파평면을 세거지로 하여 고려건국의 공신인 윤신달을 시조로 5대손 윤관을 비롯하여 수많은 문인과, 정승, 판서와 고위관료를 배출한 명문 가문이다.

문중에서는 후손들의 과거급제를 위해 유능한 젊은 인재들을 선발 합숙하여 인재양성에 매진하여 조선 시대 문과만 무려 434명이나 급제하였다. 조선 시대 여러 명의 왕비와, 수많은 부마와 후궁을 배출한 조선 시대 최고의 명문 가문이다.

세조는 장인인 윤번(정희왕후의 부친)의 고향인 파평이란 지역을 부에서 목으로 승격해주었다. 그때 파주라는 지명이 나왔고 파주 목이 되었다.

세종대왕은 사돈인 윤번이 1448년에 별세하자 제례에 친히 오셔서 교하리, 당하리, 다율리, 와동리 일대 임야를 하사하시어 그 후 교하 종중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세종대왕께서 하사하신 사패지에 윤번을 중시조로 하는 정정공파의 묘역 약 600기가 조성되어 있다. 그중 주요 묘역은 96기이다.

최근 운정 신도시 계획에 따라 당 초 개발이 예정되었으나 종중의 문화재 지정 요구에 따라 경기도에서 받아들여 기념물 제82호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곳 묘역군은 조선 시대의 묘역이 한 종중에 의해 연대별로 집중되어 묘역의 역사적 계기성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유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곳 묘역에 조성되는 되어 있는 묘재 및 석물 각종 묘비 등은 조선 초기에서 후기까지의 시대별 묘제의 특징과 성격을 보여주며 또한 역사적, 미술사적, 복식사적 측면에서 상당한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조선 시대 “분묘 야외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 분포되어 있는 묘역 중 중요한 묘를 보면 조선 초 세조의 비인 정희왕후의 부친 “윤번” 중종의 계비 장경왕후의 부친 “윤여필”, 그리고 역시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의 부친 “윤지임” 등 부원군 묘역 3기를 중심으로 정승 묘역 7기, 판서 묘역 8기, 참판 묘역 30, 동부승지 묘역 12기, 대소 벼슬 묘역 다수가 분포되어 있다.

▲문정왕후와 윤원형의 부친인 윤지임의 묘<사진=특별취재 윤은상 기자 제공>

부원군의 묘는 직사각형의 장방형 무덤이 고려 때 양식인데 조선 초기에 사용했다.

향사가 있는 도로 쪽을 향해 내려가면 문정왕후의 부친 윤지임의 묘와 그 위쪽에는 아들 윤원형의 묘가 있다.

▲을사사화에서 정적 대윤을 제거하고 영의정까지 올랐던 윤원형의 묘<사진=특별취재 윤은상 기자 제공>

같은 정정공파 9촌 간 임에도 대윤인 윤임과 소윤인 윤원형이 세자의 왕위계승을 위한 권력다툼으로 대윤 가문이 큰 화를 입게 된 것도 역사적인 아이러니다.

을사년에 정적을 제거함으로 권력을 독점한 윤원형과 첩에서 정경부인까지 올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난정과 죽어서도 사이좋게 누워 있다.

▲서출에서 정경부인까지 오르며 윤원형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정난정의 묘<사진=특별취재 윤은상 기자 제공>

소윤의 대표적인 인물은 윤원로, 문정왕후, 윤원형 3남매이다. 누이인 문정왕후가 어린 명종 즉위 후 수렴청정을 시작하면서 윤원형의 파워는 하늘을 찌르며 우의정, 영의정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의 힘이 얼마나 컸는지는 가히 짐작이 간다.

맏형인 윤원로까지 정적으로 몰아 죽이는 탐욕의 끝판이라 할 수 있는 윤원형도 문정왕후의 사망과 동시에 탄핵을 받아 정난정과 함께 자결하여 이곳에 초라하게 묻혀 있는 현실을 보면서 권력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한 줌의 재에 지나지 않는 권력을 얻기 위해 왜 이토록 치열한 골육상잔까지 해야 했는가?

이곳에는 옛날 세조 비 정희왕후 윤씨가 자주 다녔다는 성재암, 최근 종중에서 500여 평을 사찰에 하사하여 성재암이 복원되었다.

종중에서는 최근 도로 인근에 교하 향교(사)를 화려하게 신축하여 선조 5위를 모시면서 명실공이 가문의 번성함을 알리는 듯하였다.

세종의 은혜를 입었던 정정공파 교하문중은 선조의 대를 이어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게 효를 다하는 명문가 후손으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니고 새로운 정치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다.

조상의 음덕으로 지금은 개발지역 안에 수많은 문중 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한편 부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