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스님

날마다 좋은 날
 
 
무등산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법림사 도량에서
어제도 오늘도
날마다 좋은 날이기에
새벽 도량석으로 오늘을 시작한다.
산다는 것은 비슷비슷한 되풀이만 같다.
하루 세 끼 밥먹는 일과
새벽예불을 마치고 오전에는 사시마지를 올리고
저녁에는 저녁예불을 하고
늘상 규칙적인 시간 관념 속에서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온다.
 
때로는 송이국처럼 따사한 햇살을 사랑도 하고
강아지의 생물학적 오물을 싫어도 하면서
새로운 결심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들풀처럼
피고 지고를 반복하듯이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다.
또한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고스란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들풀처럼
끝없이 변화하면서 생성되는 것이
생명 현상이므로, 개인의 의지를 담은
노력여하에 따라 그 인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일일시호일(日日時好日) 날마다 좋은 날.
하루하루가 있어도 그저 그러한 
 시들한 날이 아니라
늘 새로운 날이라는 뜻이다.
 
철저한 자각과 의지적인 노력으로
거듭거듭 태어나기 때문에 순간순간이
늘 새로운 것이다.
봄이 가도 여름이 오듯이
2600년 붓다가 말씀하신
제행이 무상이라고 하셨듯이
항상 하지 않듯이
어찌 맨날  좋은 날일 수 있단 말인가.
그렇기 때문에,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고통 속에서
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도전을 받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력에 의해
의미가 주어진다.
 
날마다 좋은 날을 맞으려면
모순과 갈등 속에서 삶의 의미를 캐내야 한다.
하루 하루를 남의 인생처럼
아무렇게나 살아 버릴 것이 아니라
내 몫을 새롭고 소중하게 살려야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 기도를 하면서
붓다의 말씀처럼 연기적으로
나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었듯이
우린 중도적인 실천적인 수행으로
 되풀이되는 범속한 일상을
새롭게 심화시키는 데서
좋은 날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너와 나와 우리 모두가
나날이 좋은 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