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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용으로 많이 쓰이는 등유는 원래 다른 석유제품인 휘발유·경유보다 훨씬 저렴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월 초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080원대로 휘발유와 500원, 경유와 300원 넘게 차이 났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대두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7월 들어선 L당 1700원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 후 가격이 소폭 떨어졌지만 17일 기준 1543.82원으로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자동차 연료로 주로 사용하는 휘발유는 최근 국제 유가 안정 속에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L당 2144.90원으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한 뒤 반년 가까이 꾸준히 하락 추세다. 17일 판매가는 1545.18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5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휘발유·등유의 가격 역전은 시간문제다. 벌써 서울·부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등유 가격이 휘발유를 넘어선 곳이 적지 않다.
등유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한 경유와 생산 라인이 겹치면서 ‘공급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사들이 등유 대신 부가가치 높은 항공유 생산에 집중하는 것도 물량 부족을 부추겼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로 각국의 난방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제 가격도 오르고 있다.
등윳값이 쉽사리 내려가지 않으면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서민의 허리도 휘고 있다. 도시가스, 지역난방이 안 되는 가구에선 어쩔 수 없이 등유를 사용해야 한다. 부산에서 등유 보일러를 쓰는 60대 A씨는 “작년엔 50만원 정도면 기름을 가득 채웠는데 얼마 전엔 100만원 넘게 들었다. 휘발유보다 더 비싼 걸 보고 놀랐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등유에 매기는 유류세 전체를 올겨울만 한시적으로 유예하거나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신재원 편집국장 wnews13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