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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윳값 인상폭은 리터(ℓ)당 49원(올해 한시 52원)으로 지난 2013년 정부의 ‘생산비 연동제’ 도입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원유 기본가격이 ℓ당 926원에서 947원으로 21원(2.3%) 인상된 것보다 2배 이상 오른 셈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산 원가 상승에 원윳값이 역대 최고로 올랐다”며 “지난달로 소급 적용도 있다보니 대부분 업체들이 부담을 덜기 위해 이르면 이달부터 늦어도 연내 우유 등 제품값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고 가격을 마냥 올리기엔 수요 감소에 따른 판매량 감소와 재고 비용 증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따른 눈치도 있어 적절한 선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원윳값 ℓ당 21원 인상으로 그해 9월부터 시중에서 팔리는 흰우유(1ℓ 제품 기준) 가격이 평균 150~200원가량 올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원유 매입가가 ℓ당 52원 오르면서 흰우유 소비자가격은 300원대부터 500원 안팎까지 뛸 것이라는 관측이 따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현재 ‘서울우유 흰우유(1ℓ)’ 소비자가격은 전국 평균 2758원, ‘매일우유 오리지널(900㎖)’은 2715원이다.
여기에 최근 이어지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및 물류·에너지 비용과 환율 상승 등 외부 환경까지 더해지며 유업체의 생산 원가 부담이 더욱 높아진 터라 제품 소비자가격이 더욱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따른다.
특히 문제는 우윳값 인상이 본격화할 경우 우유를 사용하는 주요 제품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소위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 현상이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유를 재료로 사용하는 치즈와 아이스크림, 빵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 있다. 또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의 후폭풍으로 우유 제품이 사용되는 라떼 제품군을 중심으로 우유가 들어가는 다양한 제품 판매가격이 오를 수 있어서다.
이미 유업계 중 남양유업은 이 달부터 발효유, 치즈 등의 일부 유제품 가격을 10% 이상 올리기로 했다. 대리점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불가리스 등 발효유는 평균 10%, 치즈는 평균 15% 비싸진다. 맛있는 두유GT 등의 두유 제품 가격도 평균 14% 뛴다. 프렌치카페, FC로스터리 등 편의점 컵커피도 7~12% 오른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도 지난달 1일부터 일부 제품의 값을 올렸다. 서울우유는 체다치즈, 피자치즈 등 치즈 40여종 가격을 약 20%, 매일유업은 요거트와 요구르트 제품 가격을 15~25% 인상했다.
여기에 올해 원윳값 인상에 따른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경우 유업체들은 올해 세 번이나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
한편 정부가 낙농제도 개편 차원으로 낙농가와 유업체 사이 오랜 협상 끝에 도입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면서 음용유가 아닌 가공유용 원유 기본가격은 ℓ당 800원으로 147원(약 15.5%) 낮아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발효유·탈지분유·치즈·버터·아이스크림·컵커피 음료 등 제품들은 소비자가격 인하 조정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재원 편집국장 wnews136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