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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지켜줘야 할 군인이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무자비하게 방아쇠를 당긴 1980년 5월 광주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갈망했던 평범한 광주 시민은 군홧발에 굴하지 않았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에도 연대하며 민주화 씨앗을 파종하고 키웠다. 군사정권을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뿌리 내린 대한민국이 광주의 그날을 절대 잊어서도, 폄훼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은 창작 뮤지컬 ‘광주’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지난 15일 막을 올렸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광주’는 2020년 초연 이후 세 번째다.
세 번째 시즌인 만큼 창작진은 1·2시즌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해 작품 완성도를 높였다. 평화를 갈망하던 광주시민이 왜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는지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또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교사 ‘윤이건’ 역(이지훈·조휘) 비중이 높아져 서사에 무게감을 더했다. 윤이건은 ‘님을 위한 행진곡’(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의 실제 주인공이자 당시 전남도청에서 항쟁 지도부를 이끌다 군부 총탄에 스러진 ‘윤상원 열사’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윤이건 못지않게 주목받는 역할은 ‘광주 시민을 무장 폭도로 만들라’는 명령에 따라 파견된 505부대 편의대원 ‘박한수’(정동화·신성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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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윤이건이 박한수를 제지한다. “네가 그랬지. ‘증인이 되겠다’고. ‘저놈들의 음모를 만천하에 알리겠다’고. 그러니까 살아남아. 네 말을 사람들이 믿어줄 수 있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라. 이를 악물고 버텨. 그래서 우리의 진실을 증명해라. 너밖에 없다. 부탁한다”면서. 세월이 흘러 백발 노인이 된 한수는 용기를 내 ‘그날’을 공개 증언한다.
끝내 역사의 진실을 함구한 채 지난해 숨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무책임한 당시 군 지휘부 말고, 명령에 복종하느라 가해자이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된 한수 같은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 용기를 내달라’는 호소로 비친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왜 벌어졌는지, 왜 그들(시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5·18민주화운동 본질을) 선명하게 보여주려 했다”며 “딛고 일어서서 사랑하자는 게 ‘광주’의 모토다. 본질을 잘 보여주면 아픔을 겪은 분들께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고 연출은 또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학살을 언급하며 “현재도 한 사람(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결단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실망했다. 내려놓고 가도 되지 않았을까”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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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일부 수정되고, 시민군 의지와 믿음을 여실히 드러내는 ‘눈엔 눈’, 거짓으로 얼룩진 광주의 급박한 상황을 대변하는 ‘높은 담장이 광주를 가두네’ 등 신곡이 추가돼 뭉클함을 더한다.
다만 노랫말이 일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아 무대 양쪽 벽면에 설치된 가사 안내 모니터를 힐끗거려야 하는 게 아쉽다. 뮤지컬 ‘광주’는 5월1일까지 CJ토월극장, 14∼15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이어진다. 오는 11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쇼케이스도 할 예정이다.
김명희 기자 woman8114@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