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방송 = 양인석 기자] 유가 급등이 경차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경차는 유류세 환급 혜택이 큰 데다 연비의 경제성도 높다. 여기에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빠른 출고가 이뤄지며 인기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3월 경차 판매량은 1만2543대로 2019년 이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캐스퍼가 3725대, 레이 3566대, 모닝 3559대, 스파크는 1693대가 팔리며 모든 모델이 올 들어 최대 판매고를 올렸다.

경차의 판매량 증가는 신차 캐스퍼가 출시되고 유가 급등세가 나타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유류세 환급의 메리트가 높아졌다.

배기량 1000㏄ 미만 경차 소유자는 휘발유·경유 L당 250원, LPG L당 161원을 30만원 한도 안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유류구매카드를 발급받으면 별도의 신청절차 없이 카드사가 환급액을 차감하고 대금을 청구한다.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에 육박하고, 경유 가격도 L당 1900원을 넘는 상황에서 10% 이상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신용카드의 주유할인이 L당 100원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혜택이 큰 것"이라며 "경차 운행은 대부분 시내주행이라는 점에서 연비의 경제성도 높다"고 말했다.

신차 출고가 빠르다는 것도 경차의 메리트다.

캐스퍼는 지금 계약할 경우 3개월이면 차를 받을 수 있고, 스파크도 출고까지 2개월만 기다리면 된다. 모닝과 레이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출고까지 각각 1개월과 3개월이 걸린다. 내비게이션을 장착할 경우 모닝은 3.5개월, 레이는 4.5개월이 소요된다. 소형차 아반떼, 베뉴의 출고 대기기간이 6개월, 8개월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출고가 빠르다.

한때 20만대를 웃돌던 경차 시장은 신차 출시가 사라지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선호가 높아지면서 지난 10여년간 급격하게 위축됐다. 2012년 20만2844대에서 지난해에는 9만5267대까지 판매량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신차 캐스퍼가 출시되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현대차가 19년 만에 내놓은 신형 경차 캐스퍼는 실용성과 안전성,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9월 말 출시 후 4개월 만에 1만806대가 팔렸고 올해 1·4분기에만 1만997대가 판매됐다.

차박 열풍을 등에 업은 레이의 판매량도 꾸준하다. 박스카 형태의 디자인과 높은 전고로 캠핑장비 수납이 편하고, 2열 뒷좌석을 폴딩하면 성인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특히 지난 2월 국내 최초의 1인승 차량 '레이 1인승 밴'을 출시하며 새로운 수요도 만들고 있다.

1·4분기 기준 경차 판매량은 3만490대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와 모닝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고, 3월 들어 모닝과 스파크도 판매량이 늘었다"면서 "지금의 추이가 이어지면 올해 경차 판매 10만대 돌파도 가능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