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의 아들과 그의 제자들이 힘을 모아 마련한 논산의 명재고택 에서 동행인과 함께<사진=윤은상 특별취재 본부장 제공>

[여성방송 = 특별취재본부장 윤은상] 논산에 가면 ‘노성 윤씨’ 식도락하고, ‘연산 김씨’ 묘치장 하고, ‘회덕 송씨’집 치장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노성 윤씨는 음식을 잘 해서 먹기로 유명했고, 연산 김씨는 묘소 치장을 잘하기로 유명했고 회덕 송씨는 집을 잘 짓고 사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 노성의 이름난 성씨가 바로 노성(파평) 윤씨이다.

2022.1.3.일 새해를 맞이하여 명재고택을 방문하였다.

백의 정승의 기품과 기개를 닮은 푸른 소나무 아래서 종친으로부터 설명을 들으니 초등학교 시절에 어렴풋이 떠올랐던 백의 정승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어 참으로 유익한 시간이었다.

윤증은 서인의 노론과 소론으로 분리될 때 소론의 영수로서 스승인 송시열과 대립하였다.

윤증의 아버지인 윤선거는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강화도에 피신하였으나 성이 함락하자 부인은 자살하였고 자신은 친구와 싸워 죽기로 약조였으나 변복하여 구차하게 살아 선비들의 비난을 받았다.

윤선거는 살아남은 죄책감으로 관직에 오르지 않고 평생 고향에서 학문을 닦았는데 아들 윤증 역시 7세 때 어머니가 자결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 한 분도 지키지 못한 주제에 어떻게 나라를 지키겠는가?”라고 그 아픔에 통한을 느끼면서 일평생을 관직에 나가지 않고 학문에만 전념하였다.

명제 윤증은 학식과 행실이 높고 깨끗하다고 온 나라에 퍼지자 현종은 공조랑, 사헌부지평, 대사헌, 우참찬, 좌찬성, 판령부사 등에 제수하여 출사를 종용했으나 모든 벼슬을 사양하고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산촌에 머물며 학문과 덕을 갈고닦아 당시 모든 선비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었다.

그는 조선조 500년 동안 가장 많이 사직상소(19번)를 썼다.

숙종으로부터도 우의정 직첩을 받고도 입궐하지 않을 만큼 대궐 출입을 일절 하지 않아 임금도 윤증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고 벼슬을 내렸다.

그래서 숙종은 지신이 쓴 “애도시”에서 평생의 면모에 대한 일이 없다고 썼다.

임금이 신하의 얼굴도 모르고 대신에 임명한 것은 동서고금의 역사에도 희귀한 일이었다.

윤증이 생존하던 당시 사회에서 그가 차지했던 비중이 어떠했던가를 짐작하게 한다.

정승의 직첩을 받기까지 한 번도 관복을 입어본 적이 없어 그를“백의정승”이라 불렀다.

그러나 정승의 녹봉이 다달이 지급됐다. 하지만 녹봉을 받지 않았다.

한 번도 대궐에 가본 일이 없었지만, 사의가 수리되지 않아 녹봉이 그대로 지급되었던 것이다“대궐에 들어가 업무를 이행한 일이 없다.”면서 지급되는 녹봉을 고스란히 고을 현감에게 돌려보냈다.

그가 죽고 난 뒤 이 사실이 관찰사의 장계로 임금에게 알려져 숙종은 그 녹봉을 자손들에게 돌려주라는 영을 내렸다.

자손들 역시“선고가 사양했던 재물을 받을 수 없다”며 끝까지 사양했다. 그 조상에 그 자손들이었다.

그는 임종하면서까지 당파 싸움을 걱정하였고,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다 하여 묘비에“착한 선비”라고만 쓰도록 일렀다. 숙종은 그의 부음을 듣고 개탄하며 시를 지었다고 한다.

유림에서도 도덕을 존양하거니와/나 역시 그대를 사모하였소/
평생에 면모를 대한 일이 없거니/아쉬운 마음 더욱더 간절하구려

86세로 숨을 거둔 “백의 정승” 윤증을 애도한 숙종의 애도시이다.

요즘처럼 부귀와 영화, 명예만을 쫓아다니는 세태에 공직자의 자세와 공직에 나아갈 때와 떠날 때를 진정으로 알려주었고 청렴과 의리 그리고 효도에 대해도 바르게 일깨워주었다.

임금은 임금답게, 부모는 부모답게, 자녀는 자녀답게 사는 것과 선비는 죽어야 할 자리에서 죽어야만 진정한 선비임을 일깨워주었다. 제20대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은 명재윤증의 조부인 윤황(성혼의 사위)의 12대손이다.

명재고택은 윤증 선생을 위해 아들과 제자가 함께 힘을 모아 지은 집이건만, 정작 선생은 이 집이 너무 호사스러워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초가에 사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청렴한 선비의 넉넉한 인품이 느껴진다. 명재고택은 노성산 자락에 위치한 노성향교와 나란히 위치 해 있다.

▲고택 입구에 방문객을 맞이하는 인공연못 전경<사진=윤은상 특별취재 본부장 제공>

명재고택에 들어서기 전에 방문객들을 먼저 반갑게 맞아 주는 인상적인 인공연못이 있다.

멋들어진 연못을 지나면 30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조선의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즈넉한 명재고택이 있다.

연못과 고택, 그리고 이들을 포근히 둘러싼 푸른 산은 풍수지리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명당자리임이 느껴진다.

고건축은 깔끔하게 마감되었으며 옛 모습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었다.

먼저 2단의 석축 위에 자리 잡은 사랑채에 들어서면 대문이 없어 막힘이 없이 앞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어 명재고택만이 지닌 장점이 아닌가 싶었다.

사랑채 앞마당 낮은 곳에는 마치 숨겨놓은 듯한 수줍은 모습의 샘이 있다.

그리고 사랑채 추녀 밑에는 해시계가 있고, 금강산 형상의 돌들은 옛 선인들이 금강산을 향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안채는 그리 높지 않는 기단 위에 사랑, 마당과 바깥마당을 두었고 안채의 남쪽에는 ‘ㅁ자’ 형태의 행랑채가 있었다.

▲ 끝없이 줄지어진 항아리는 계절에 따라 고택의 운치를 더해 주고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사진=윤은상 특별취재 본부장 제공>

고택 옆 마당에는 끝없이 줄지어진 항아리는 계절에 따라 고택의 운치를 더해주었다. 명재고택에서는 해마다 장맛을 볼 수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또 다는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장독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건사하느랴 허리가 부서져라 일하는 아낙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세월의 흐름을 가름할 수 없는 고목과 300여 년을 이어져 온 전통 한옥과 그리고 수많은 장독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택에서 선비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발길과 눈길이 닿는 곳마다 독특한 운치가 느껴지는 고택에서 역사 이야기, 선비 이야기, 고택 이야기는 물론 사색의 길을 걸으면서 하룻밤, 풀벌레 새소리를 들으면서 고택에서 묶는 것도 소중한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았다.

▲창건 후 280여년에 걸쳐 42명의 문과급제자와 31명의 무과급제자를 배출한 종학당 앞에서 동행인과 함께<사진=윤은상 특별취재 본부장 제공>

인근에는 종학당이 있다. 종학당은 자녀질의 교육을 위해 세운 종중의 사설 교육기관이다.

1665년에 명제 윤증을 초대이사장에 임명하여 창건 후 280년에 걸쳐 42명의 문과 급제자와 31명의 무과 급제자를 배출하여 과거급제자 배출의 산실이 되었다.

한 종중에서 무려 42명의 문과 급제자를 배출한 가문은 유일무이하다.

종학원 바로 입구 쪽에 종중에서 충청남도에 부지를 기부하여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최근에 개관되어 관람하는 것도 유교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 개관된 충청 유교문화의 산실,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전경<사진=윤은상 특별취재 본부장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