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해자를 향한 외침...안성기 '아들의 이름으로'

문화
5·18 가해자를 향한 외침...안성기 '아들의 이름으로'
  • 입력 : 2021. 05.01(토) 07:13
  • 김주영 기자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 (사진=엣나인필름 제공)
[여성방송 = 김주영 기자]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는 중년 남성이 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유독 한 손님의 호출을 기다린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을 향해 무력 진압을 강행했던 책임자 중 한 명인 군대장이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 주목해 41년 전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 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과거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과 과거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계엄군의 진압이 있었던 1980년 5월의 광주, 그곳에 오채근(안성기 분)이 있었다.

40년이 지나 대리기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5·18과 관련된 인물들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를 묻자 "미국에 있는 아들이 이런 일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고 둘러 말한다.

무슨 사연인지 지울 수 없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그는 아무런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왕년의 투 스타' 박기준(박형근)에게 점점 더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늦었지만 복수를 다짐한 채근은 기다리던 박기준의 호출이 온 날 "후회하거나 힘들었던 적은 없냐"고 작심의 질문을 건넨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작품으로 광주시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제작 배경이 명확한 만큼 메시지는 뚜렷하다. 아픔을 간직하면서도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준 광주 시민들에 대한 깊은 존경을 표함과 동시에 여전히 속죄하지 않는 가해자들에게 진정한 반성을 촉구한다. 역사 속 거대한 담론이라기보다 한 남자 오채근의 서사에 집중해 1980년 신군부의 폭압과 진실규명이 더딘 현재를 동시에 비춘다.

다만 저예산 영화인 것을 고려해도 완성도는 헐겁고 구성과 방식은 낡았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이야기 전개는 다소 작위적이고 구성도 매끄럽지 못하다. 영화 속 채근이 자신을 다잡는 장면에 소크라테스의 명언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를 삽입한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자꾸 강요하는 데서 오는 피곤함도 크다.

과거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괴롭지만 분명하게 마주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오채근' 역의 안성기는 복잡한 내면을 가진 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몸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와 분노의 감정을 터뜨리는 모습까지 국민배우의 내공이 느껴진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김주영 기자 woman811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