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자 남도의례음식장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 17호 지정)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과 맛으로 느껴지는 전통음식의 맛깔스러움은 음식을 넘어 하나의 작품이 된다.
2002년,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제 제17호로 지정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남도의례 음식장의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최영자 남도의례음식장을 만났다.

■전통음식에 인생을 담다...남도전통음식 기능을 보급하고 있는 명인

최영자 선생은 남도전통음식 기능을 6대째 전승·보급하고 있는 명인으로 남도 음식문화의 대모로 추앙받던 故이연채 선생의 후계자이다. 전통의례음식을 총 망라한 상차림 이바지, 폐백음식, 신선로, 찜·탕류, 건포류, 부각, 한과류, 약밥, 떡, 저장찬류, 전통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리기법을 보유하고 있다.

1936년,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태어난 최영자 선생은 일본 유학을 하셨던 아버님과, 일본 유학을 마친 신여성이었던 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최 선생의 음식과 운명적 만남의 시작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대소사가 많은 종갓집으로 자연스럽게 전통음식을 자주 접할 수 있었다.

고모인 이연채 여사님(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7호)의 권유로 의례음식을 만드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나, 스승이면서 같은 길을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의지하던 이연채 여사님께서 1994년, 세상을 떠나신 후, 최영자 선생은 홀로 남도의례음식 연구와 계승에 몰두하게 된다. 또한 광주국제식품산업전, 세계음식문화축제, 무형문화재 공개행사에 전시도 하고 방송3사에 출연하여 우리전통음식문화를 알리는데 주력해 왔다.

그 결과 2002년 12월,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제 제 17호로 지정을 받으며 스승에 이어 명실상부한 남도의례 음식장의 거장으로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최영자 선생은 “처음엔 고모님의 제자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우리 전통음식의 맥을 잇는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식은 제 운명인 것 같다” 라며 “앞으로 제가 할 일은 전통음식을 많이 알리고 많은 제자들을 육성하고 우리의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전통식문화를 계승·발전할 인재양성 위해 적극적으로 힘써

최영자 선생은 전통음식문화의 맥을 이어 갈 후학에도 힘쓰고 있다. 1994년 무렵 YWCA에서 강의를 시작으로 호남대학교 등 많은 곳에서 제자들을 지도하고, 지금도 86세의 나이에 전통문화관과 남도전통음식연구소에서 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전통음식을 전수받은 제자들은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제자들 중 전통음식 전수 조교로써 현재 광주대학교 호텔조리학과 겸임교수이자, 최영자 선생의 따님인 이은경 교수가 있다. 어머니가 하던 일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이은경 교수는 전통음식의 길로 들어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은경 교수는 현재 대학에서도 후학도 양성하지만, 어머니와 함께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기관인 남도전통음식연구소를 설립하고 “이은경 남도손맛TV” 유투브 방송을 개설하여 전통음식을 알리는 등 어머니 못지않은 열정으로 전통의례음식의 명맥을 잇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하고 있다.

▲최영자(右) 남도의례음식장과 따님인 이은경(左) 무형문화재 전통음식 전수 조교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생을 마칠 때까지 누구나 지나는 생의 여러 길목이 있다. 출생과 성장, 죽음이 그것이다. 인생의 통과의례에는 규범화된 의식이 있고, 그 의식에 반드시 따르게 마련인 음식이 있다. 이것을 의례음식이라 한다.

산모가 아기를 낳기 전, 삼신상을 차려 순산을 기원하고 순산 후에는 삼신상에 올렸던 쌀과 미역으로 밥을 짓고 국을 끊여 산모에게 먹인다.

백일이 되면 하얀 백설기를 상에 올리고 백 사람에게 떡을 돌리고 돌이 되면 돌상을 차린다. 돌상에는 수수팥떡과 무지개떡을 올린다. 이것은 아이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찬란하게 자신의 꿈을 키우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결혼식을 하게 되면 폐백과 이바지 음식을 준비한다. 이바지란 국어사전에 보면 ‘ 공헌하다’ 혹은‘ 정성들여 보내는 음식’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고이 키워 시집 보내는 딸이 시댁에서 시부모님께 사랑 받고 살았으면 하는 친정 어머니의 바람이 담긴 음식이다.

죽음 또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는 통과의례다. 죽은 자를 기억하고 남은 자를 위로하기 위해 한상을 차린다.
언뜻 형식에 치우친 의식처럼 느껴지지만 모든 의식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무탈하길 바라고 건강하길 바라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재료와 제조방법 그리고 정성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거나 우리 민족은 음식을 해서 기념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아주 정갈하게 정성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행사에 예를 다해 음식을 만들었던 것은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 지요.”

최영자 선생은 우리의 전통을 허례허식으로 치부하거나 불필요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모든 의식은 자신의 형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정성스러운 상을 차리면 된다”며 “귀찮은 의식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면서 정성을 다하는 시간, 그리고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음식의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재료와 제조방법입니다. 거기에 정성이 더해서 귀한 음식이 되지요” 남도전통의례음식 제조 기능이 남도의례음식장을 통해 다시 전승되어, 음식문화를 중심으로 한 남도지역의 문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