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은상 전)광주광역시교육연수원 총무부장

[여성방송 = 여성방송]
어현기는 유채춘, 설도, 이야와 더불어 “당대 4대 여류시인으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책읽기와 글짓기를 좋아하고 경국지색의 미모를 지녔다.
어릴 때 유미라는 이름으로 온정균에게 시를 배우며 가사일도 도우며 함께 생활한다.
장성하면서 스승에게 깊은 연정을 느끼며 스승의 연인이 되기를 원했으나 온정균은 어현기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다며 서로는 다른 길을 떠나게 된다.
어현기는 열여섯살 무렵에 이억의 첩으로 들어가 총애를 받았으나 본처의 질투로 버림을 받게 된다. 그녀는 유서 깊은 도교사원인 함의관으로 들어가 여도사가 된다.
그곳에서 진위라는 낭군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시를 좋아하는 공통적인 정서를 지녔기에 때문이다.
어현기의 몸종 녹교는 어현기에게 어머니가 편찮으시니 함의관을 나에게 맡기고 친정에 다녀오라고 한다. 어머니 간병을 마치고 어현기는 예상보다 빨리 함의관에 돌아 왔다 어현기가 없는 사이에 진위낭군은 녹교에게 접근하여 녹교를 유혹한다. 진위가 천하에 바람둥이임을 어현기는 몰랐던 것이다. 녹교는 영원한 사랑은 없으며 진위낭군에게 버린 받는 것이라고 하자 어현기는 이성을 잃어 녹교의 목을 조이고 죽이고 만다. 녹교는 사망했고 어현기는 순간적으로 살인자로 변했다. 어현기의 인생은 참으로 비참하고 기구했다. 살인죄로 체포되어 참형으로 처해졌다. 나는 사랑한 죄밖에 없고 내 사랑을 빼앗은 자에게 응징한 죄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시 여성들은 정해진 유교적인 틀 안에서 살아야만 했지만 어현기는 풍류객들과 사귀며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였다. 여러 사내를 솔직 대담하게 사랑했으나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사랑 때문에 27살에 숨을 거두었다. 시야말로 그녀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안식처였다.

값을 따질 수 없는 귀한 보물을 구하기는 아주 쉬워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낭군은 얻기 어렵습니다.
하여 밤에는 잠자리에 눈물을 흘리고
낮에도 꽃 사이에서 남모르는 슬픔으로
애간장이 탑니다.

어현기는 가슴에 불덩이를 안고 살다 그 불덩이에 스스로가 타버린 여인이다 그녀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녀의 가슴속에 타다 남은 불씨는 “당여랑어현기시”로 살아남아 지금도 비련에 사로잡힌 독자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